
기자들은 늘 이천수를 찾는다. 그가 뉴스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K리그는 물론 국내 스포츠를 다 둘러봐도 이천수만큼 언론과 친한(?) 선수도 드물다. 단지 말을 잘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그에게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실력이 있으며, 그리고 ‘자신감’이 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발언이 때로는 실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자신감을 사랑한 팬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지난 28일 울산은 대구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를 거뒀다. 4경기 연속 무승부 끝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이날 골을 넣은 선수는 이종민과 박동혁. 그러나 기자들은 인터뷰룸에서 이천수를 기다렸다.
이천수는 아주 무겁게 입을 열었다. 최근 그에겐 골 소식이 없다. 아시안컵에서부터 침묵이다. 2위 자리를 다투던 수원이 연승으로 선두를 탈환할 때 울산은 4번을 연거푸 비겼다. 그것도 4경기 1득점의 지독한 빈공(貧攻)이었다. 그렇다면 팀의 간판 공격수 이천수는 대체 무엇을 했었나?
이천수는 부상 여파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는 몸상태가 50%밖에 되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는 건지 부상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쳤고, 악바리라 해도 몸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놀란 것이 있다면 유달리 자신감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이었다. 왜일까?
곧 답이 나왔다. 그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힘들다고 했다. 결국 유럽진출 때문이다. ‘유럽’ 때문에 심신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깊은 상처를 앓고 있었다. 그는 그간의 유럽행 불발에 대해 실력과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올해 실패한다면 유럽행을 아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유럽진출을 두고 인터뷰하는 것도 힘겹다고 했다. 그는 이적 마감까지 남은 3일에 지친 심신과 마지막 희망을 기대고 있는 듯했다. 당장이라도 이뤄질 것 같고 바로 잡힐 것 같던 유럽행, 그러나 벌써 3번째 고배. 진출을 놓고 마음을 졸일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왔던 부진. 곱지 않은 시선. 앞으로도 실패한다면 그는 자신의 실력에 회의를 느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유럽에 진출한 선배들을 응원하겠다는 말은 너무나도 쓸쓸하게 들렸다.
어쨌거나 그는 K리그에서 우승하겠다고, 몸상태를 점차 끌어올려 플레이오프에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본인의 의지처럼, 9월이 되면 그가 모든 것을 훌훌 떨쳐버리고 자신감 넘치는 본래의 플레이를 되찾아주길 바란다. 제실력만 발휘한다면 어디에서나 맹위를 떨칠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특유의 근성은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설사 그가 당장은 포기하더라도 유럽이 그를 포기할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자신감을 가졌을 때 기회는 반드시 또 찾아온다. 그는 이천수다.
울산종합신문 정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