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분전한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지난 8일 귀국했다. 미국, 폴란드, 브라질을 상대로 2무1패. 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였지만, 유독 경기 내용을 칭찬하는 이들이 많았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공간과 찬스를 만들어낸 청소년대표가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뛰어났다. 다만,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앙리가 빠진 아스날’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도 한다.

우리 청소년대표팀의 경기력을 비춰봤을 때 폴란드 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선제골을 잃었다. 그 많은 슈팅을 하고도 한 골을 얻지 못하는 우리 대표팀의 모습에서 16강 진출의 가능성도 점차 희박해지는 듯 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후반전도 훌쩍 중반으로 접어들어 ‘힘들다’는 말이 떠오르던 순간, 그때 동점골을 터뜨린 선수가 바로 울산의 이상호다.
이상호는 공격 재능이 뛰어난 선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전술상 아래로 처진 중앙미드필더를 맡았다. 조동현 감독은 이상호의 넓은 활동량과 센스, 그리고 수비능력을 신뢰했다. 이청용과 송진형이 공격진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이상호가 후방에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폴란드전에서의 동점골은 그의 공격재능을 잘 말해준다. 당시 선수교체를 시도하던 조동현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심영성을 빼고 미드필더 김동석을 투입시켰다. 심영성이 빠진 자리에이상호를 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상호는 감독의 기대와 믿음에 통렬한 골로 보답했다.
이상호는 173cm, 65kg의 왜소한 체격에도 강한 스테미너를 자랑한다. 이상호가 축구를 하게 된 계기를 들여다보면 그 체력을 짐작할 수 있다. 밀양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이상호는 불과 10살의 어린나이에 10km 단축 마라톤대회에서 숱한 어른들을 따돌리고 10위권으로 통과하는 놀라운 체력을 과시했다. 이를 통해 축구부 감독의 마음을 빼앗았고, 현대중으로 전학해오면서 그는 울산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이후 현대고 시절 U-18 대표부터 현재 울산 현대의 소속으로 U-20 대표까지 핵심선수로 활약했다.
물론 울산에서도 주축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상호는 이천수, 정경호, 알미르, 오장은, 임유환 등 쟁쟁한 경쟁자들 가운데서도,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바꿔야하는 부담 속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5월 2일 대구전에서 결승골을 뽑았고, 지난 시즌에는 신인으로서 17경기에 출장해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실 그가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무대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이킨 스무살의 이상호. 몇 년 후 그가 보여줄 플레이를 생각하는 축구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설렌다.
울산종합신문 www.ujnews.co.kr
정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