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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고제와 서포터

작성자 : mrwhere작성일 : 2011-05-01 23:36:32조회 : 1055

지역연고제와 서포터.
울산이 1962년에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울산을 대표하는 산업은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가 있지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대부분 타지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해오셨습니다. 저도 이주 2세대입니다.
인구이동의 측면으로 볼 때, 울산으로 전입하는 20대, 30대들은 '먹고
살기 위한' 원인이 제일 클 겁니다. 울산의 경제력은 다른 대도시의
추종을 불허하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아버지 세대들과 같은
이유 즉,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한 이주가 많다는 것입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타지로 대학
교육을 받으러 떠나야 합니다. 인구 110만이 넘는 7대 대도시에 종합
대학이 1개, 전문대학 2개, 특성화 대학이 1개라는 게 말이 됩니까?
어릴 때부터 울산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토박이들이 대부분 청년이
되면서 떠나게 되고, 대신 다른 지역 출신들이 울산을 채우게 되는
일종의 인구 교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경북 상주출신이시고, 어머니께서는 경남 의령
출신이십니다. 저는 울산 태생이지만, 대학을 대구에서 다시 직장을
구하면서 울산으로 복귀했습니다.
지역 연고제가 확실히 뿌리 내리려면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팬들의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부산, 경남인들은 '롯데'라서 응원한다기 보다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것이죠. 서울의 두 팀인 '두산'과
'엘지' 중 엘지의 팬이 더 많은 이유는 'MBC 청룡'을 이어받았기 때문
이고, 두산은 OB시절 대전에서 연고이전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애착심이 울산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어난 곳에 대한
강력한 애착심은 누가 심어주고 싶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울산시에서 조사한 '정주의식' 결과를
보면 울산에서 계속 살겠다고 한 시민은 90년대 후반까지 50%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울산으로 부득이하게 직장 문제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울산'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공간일 뿐이었
습니다.
만약, 제주SK가 울산에 와서 원정 경기를 하면 붉은색 풍선 방망이
를 들고 'S석'을 메운 사람들은 제주에서 올라오거나, 제주 출신
분들이기 보다는 'SK 직원과 가족'들입니다.
울산 사람들에게 '울산 현대'란 울산 구단이라기 보다는 '현대'구단
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 거란 판단입니다.
지역정체성 보다는 직장에 대한 정체성이 더 강한 '이주민'이 대부분
인 지역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축구팬 중 '울산'을 강조하고 '울산' 팀으로서의 강한 지역 정체성을
요구하는 집단이 바로 '서포터'입니다. 이 안에는 울산 출신으로
태어날 때부터 울산의 팀이기에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울산 출신이
아니더라도 현재, 울산에 살기 때문에 울산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서포터들 대부분은 '울산을 지역연고로
하는 축구팀'으로 해석하고 '현대'는 메인 스폰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산 홈경기 이전 사태'를 밀어붙이는 구단은 스스로 '울산을
연고로 하는 팀'이라는 상징성을 버리고, '현대 구단'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것은 서산
'한경기'만 이전 개최하겠다는 구단의 발언이 얼마나 울산 팬들을
우롱한 것인지 지역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서포터'들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고 이전에 대한 협박성 발언들은
몇 해 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서포터가 이번 4.30 대구전에 강력한 문구가 담긴 걸게를 걸고,
전단지를 배포한 것은 울산 현대 구단은 언제든지 '울산'을 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항거라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구단 사정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구단 사정을 누구보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죠.
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좋은 도구로
쓰여 왔습니다. 1930년대 히틀러가 나치의 위력을 보이기 위해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나,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이
독재 정권의 홍보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울산 현대가 영원히 K리그에서 빅4에 드는 매력적인 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울산을 강력하게 연고로 하면서 포항, 부산, 경남과 같은
구단과 더비 매치를 성사 시키며 수많은 스토리를 생산해내는 것
이 지름길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지역정체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울산 지역에
울산 현대가 지역정체성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전국민이 울산이라고 하면 현대라고 생각하는데, 왜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누군가의 표현처럼, '유랑 구단'이 되어서는 안팎으로 모두
인심을 잃어버릴 거란 것이죠. 현재 구단의 행태가 바로 그러합니다.
구단에서 지역 연고제의 대원칙을 깨는 홈경기 이전 개최가
'K리그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 또는 '구단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근거'를 댄다면 제가 권오갑 사장님 이하 구단 직원
여러분들께 큰절을 드리고 사죄하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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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aplausos)2014.03.13 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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