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우가 득점한 뒤 처용전사 앞에서 주저하자, 부주장 이동경이 뒤에서 강상우의 두 팔을 잡고 번쩍 올려줬다. 그리고 11일 후 심상민이 결승골을 뽑아내고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하니, 이번에는 강상우가 뒤에서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원팀’, ‘되는 집’ 울산 HD의 이야기다. 울산이 최근 3경기 무패(2승 1무)를 질주하며 다시 호랑이 군단의 용맹함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1993년생 동갑내기 강상우와 심상민이 저마다의 득점 스토리로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건 강상우다. 울산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김천 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6 26라운드서 3대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강상우는 후반 13분 이희균 대신 그라운드를 밟고 4분 만에 이동경의 패스를 받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득점 후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며 눈물을 쏟아냈고, 세리머니조차 주저했다. 이때 이동경이 강상우를 치켜세웠다. 지난해 4월 13일 대구FC 원정 이후 ‘503일’ 만에 득점포였다.
강상우는 “지난해 처음 울산에 와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올해도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많이 생각했다. 김현석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기대에 부응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한 골로 좋아해야 할지, 그 당시 많은 감정이 오갔다. 그러던 중 (이)동경이가 옆에서 같이 도와줘 고마웠다”고 떠올린 뒤,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다 같이 이겨내자는 그런 마음가짐과 소통으로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고 있다. 내가 어려운 순간 선수들이 많이 위로를 해줘서 뭉클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강상우의 바통을 울산의 로컬보이 심상민이 이어받았다. 울산은 9월 8일 오후 7시 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6 28라운드서 이동경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심상민이 문전 다이빙 헤더 골로 연결해 1대0 승리했다. 승점 44점으로 2위 탈환에 성공하며 선두 서울(승점59)와 격차를 좁혔다.
심상민은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이자 데뷔 골을 신고했다. K리그1에서 182경기 만에 첫 득점포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건 서울 이랜드(K리그2)에서 2016년 9월 17일 안산 무궁화전이었다. 무려 10년, 3,643일 만에 프로 2호 골을 터뜨렸다.
상대 골망을 흔든 뒤 심상민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집어던지고 처용전사 앞에서 포효했다. 무엇보다 아버지 앞에서 나온 골이라 기쁨은 배가 됐다.
심상민은 “(이)동경이의 왼발은 K리그에서 최고로 누구보다 날카로운 킥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냥 믿고 (문전으로)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했던 것 같다. 사실, 평소에는 도움 상황을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골을 넣는 건 떠올리지 않았다. 그물이 출렁이는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났다”고 회상하면서, “이제 나도 나이가 들면서 느끼지만, 팀에서 고참들이 얼마나 중심을 잡아주느냐 그것이 굉장히 큰 것 같다. 지금은 팀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여러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베테랑의 품격을 드러냈다.
김현석 감독의 믿음이 강상우와 심상민을 깨웠다. 김현석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베테랑으로서 팀에 헌신적인 부분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리백으로 3연승을 했을 때 강상우와 심상민이 교체로 들어갔다. (서울전에서도)그걸 토대로 했다. 심상민의 경우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바로 합류해 경기하기 어려웠는데, 본인이 잘 이겨내고 골까지 넣었다”며 둘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바로 김현석 감독이 언급했던 스리백 카드를 꺼내 반전 물꼬를 텄던 경기가 7월 26일 서울 원정이었다. 당시 서울(3대1 승)에 승리한 뒤 FC안양(3대1 승)과 포항 스틸러스(2대0 승)를 연달아 격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강상우와 심상민은 세 경기 모두 후반에 나란히 교체 출전해 전술적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최근 울산은 김천과 서울에 승리했고, 그 사이 열렸던 제주SK 원정(5일)에서 이른 시간 수적 열세에도 득점 없이 비기며 값진 승점을 안고 돌아왔다. 포백과 스리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3연승만큼 의미 있는 3경기 무패로 다시 일어섰다. 인고(忍苦)의 시간을 이겨낸 두 베테랑의 노력과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