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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이유

작성자 : lifesailor작성일 : 2013-05-19 12:06:16조회 : 1026

인제야 포항전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경기는 그냥 넘길 수 없지요. 경기 감상은 아니지만 그동안 분위기상 남기지 못한 글을 오늘에야 남겨봅니다. 시즌 초에 13경기를 하는 동안은 비판조차 아끼겠다고 말했던 차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왠지 조심스럽지만, 어제 승리에 슬쩍 묻어가겠습니다. 



1. 제가 보는 김호곤 감독님은 이렇습니다. 재테크로 따지자면 펀드, 주식이 아닌 적금. 동산보단 부동산 투자. 안정지향적이고 확고해서 저처럼 모험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선택이죠. 때로는 모험수를 두는 것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만, 울산 같은 빅클럽에서는 안정성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R리그에서도 후보이던 수비수를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로 거듭나게 한건, 울산만이 아닌 대한민국 축구사에 남을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쟁쟁한 선배를 제치고 신인이던 이용 중용, 1년 후 군대 가는 이근호 영입, 시즌 중반에 과감하게 하피냐 영입, 올시즌 박용지라는 대형신인 낚았고, 최보경 선수도 이만하면 자리 잡았죠. 


포지션 변경 사례 베스트 11을 만든다면 김호곤 감독님 작품이 꽤 들어갈 것 같습니다. 선수에 관한 판단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가끔 선수 자신보다 선수를 더  아는 것 같기도 할 정도로요. 보통 나무를 잘 보면 숲을 못 보고, 숲을 잘 보면 나무를 못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전체적인 맥락을 못잡느냐면 그것도 아니죠.


올시즌 판 짠 거 보십시오. 대한민국 No.1 이근호 선수의 공백, 공수 연결고리 고슬기 선수의 공백은 차치하고라도 중원의 핵 이호-에스티벤, 수비의 핵 곽태휘-이재성을 정말로 한큐에 잃은게 올시즌 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치곤-강민수(박동혁)으로 완벽하게 수비 재편했고 중원은 더 대박이죠. 마스다-김성환(최보경, 김동석, 김종국). 올시즌 삼고초려를 마다치 않고 데려온 선수가 바로 한상운, 김성환 선수죠. 그렇게 선수가 많이 나갔는데 필요한 부분에 딱딱 맞춰 데려온걸 보면 판짜기 마스터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듯 합니다. 올시즌 울산이 선수단 규모를 상당히 줄였는데도 오히려 알짜선수는 늘어난 느낌입니다.

덕분에 시즌 초반 가장 기대를 모았던 공격라인이 줄부상으로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수비와 중원이 딱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수원과 포항을 상대로 연승을 했죠. 나 참, 남들이 보면 몇 년 같이한 스쿼드라고 생각하겠어요.


제가 중계를 보면서 정말 흐뭇한 부분이, 감독님이 끊임없이 코치진과 의사소통하는 겁니다. 판단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더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시니, 특히 작년에 교체로 재미를 많이 보기도 했죠. 사람을 만나다 보면 김호곤 감독님 스타일이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 허풍이라곤 전혀 없이 묵묵한데, 늘 경계하고 연구하고 계획하는 거 보세요. 토너먼트의 강자가 다른 거 없습니다. 단기간에 상대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우리를 개선하고 맞춰가는 건데 이게 정말 사람 피말리는 일이지요. 물론 이 또한 전술에 대한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였죠.


전 뭐니뭐니해도 감독님의 축구철학을 정말 좋아합니다. 감독님이 유독 장신에 활동량이 좋은 선수를 좋아하는데, 작년 후반 전북전에서 83-83-87-86 (출생연도 아님)의 포백을 보고 이게 바로 감독님의 로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맞추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맞추고나면 상대하는 선수들의 괴로움을 정말이지 상상초월인 것 같습니다. 오늘만 해도 신욱 선수 상대로 수비수 2명은 붙어있고, 지난 수원경기 골장면에서는 신욱선수한테 무려 3.5명이 붙어있었죠. 작년 세트피트 상황에서 킥커가 김승용인 상황에 김신욱, 곽태휘, 강민수, 이재성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던 상대수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근데 이걸 더 괴물로 만드는 게 엄청난 활동량과 압박입니다. 작년 60여 경기 치르면서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는데, 오늘 경기만 봐도 울산 압박에 포항 중원이 생각만큼 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걸 더 단적으로 보여준 게 바로 지난 수원전인데 순간순간마다 수원선수보다 울산이 한두 걸음 더 뛰니까 중반부터는 반칙으로 울산의 공격을 끊기 일쑤였죠. 

시즌초에 감독님께서 호베르또 선수가 아무래도 수비가담이 떨어지니까, 다른 선수들이 이해해주고 대신에 조금씩만 더 수비가담 해달라고 타일렀다고 말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근데 그 호베르또 선수가 후방까지 내려와서 수비하는 게 울산입니다. 


전 정말이지 작년의 울산 축구가 김호곤 축구의 결정판이라고 200% 확신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울산축구는 또 올해대로 너무 매력적입니다. 더군다나 하피냐, 까이끼 선수는 합류하지도 못한 이 상황에서요. 

그런데 안 그래도 없는 공격수에 신욱선수까지 출장정지라니 다음 경기도 눈물나는군요.




2. 전 아직도 김영삼 선수가 25살의 그 김영삼 선수 같은데, 영삼선수 플레이에서 묻어나는 노련미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영삼 선수가 발이 느리다 보니 아무래도 비판을 많이 받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걸 가중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비교대상이 이용, 강민수였죠.


제가 이용선수의 단점을 찾으려고 정말 노력해봤는데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술이 좋아서 반칙을 하나 (학교공익 포스터에서 이용 선수 문구가 경고가 어쩌고 저쩌고였죠. 무려 개막전에 경고를 받아서 놀랐던게 이용이니까...), 지치기를 하나, 오늘같이 경우없는 태클 아니면 다치기를 하나. 보통 선수들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상대적으로 울산팬들은 이 무단점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영삼선수가 한두 개쯤 가지고 있을법한 단점이 아무래도 훨씬 더 커보일수밖에 없죠.

물론 저도 강민수 선수의 좌측풀백을 더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가끔 다른팀 경기를 볼 때 영삼선수보다 잘한다고 느끼는 선수가 생각보다 정말! 없었거든요.



3. 강민수 선수, 왜 우측풀백까지 잘보는거죠? 
강민수 선수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군대도 갔다 왔겠다(잘못알았네요 ㅠㅠ) 아예 왼쪽풀백으로 자리 잡길 바랐습니다. 장신/스피드/공격력/수비력을 다 가졌으니 왼쪽풀백으로 완전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또 이번 시즌에 센터백으로서의 가치도 새삼 증명했으니 이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전북전에서 심지어 윙포워드 김용태 선수보다 더 열심히 공격하던 강민수 선수가 잊히지가 않는데 말입니다.

결론은 월드컵에 강민수 선수 놔드리죠. 이만한 보험이 어딨습니까. 수비 전영역 보장에 공격력까지 덤으로 드리는. 





아무튼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갈 길이 멀죠. 여기서 정체할 수도 더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는 법이지만은, 기대를 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좋은것 같습니다. 경기마다 고비이고 그래서 실망도 하겠고 분노도 하겠지만, 울산축구로 많은 사람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같은 비판도 환영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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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aplausos)2014.03.27 1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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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myhappy126)2013.06.05 21:20:06

경험이 많은자만이 믿음이 오래간다???? 이게 뭔말인지...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경험많은 사람들 다 믿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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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ntjb)2013.05.23 10:56:13

경험이 많은 자만이 믿음이 오래 가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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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lifesailor)2013.05.21 13:20:36

제가 표현을 이상하게 했는데 울산에서 김호곤 감독님 자체가 안정적인 선택이었다는 의미였습니다. 소수이긴 했지만 다른 감독을 써보는게 어떠냐는 말까지 나온적이 있어서요. 그리고 저는 다른 감독님이 김감독님 이상으로 해줄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고..
저도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이고, 지난 두 경기에서 수비적인 모습은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교체로 들어가서 공격을 살릴 만한 공격수가 없었으니까요. 이럴 때 고창현 선수가 제 몫을 해줘야하는데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하다못해 박용지 선수라도 출전이 가능했다면 지난 경기는 경기 종료까지 재미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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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등급 이승철(unicorns2004)2013.05.20 10:06:05

워낙 경험 많은 분이시니 팬들이나 선수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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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kan5781)2013.05.19 19:57:56

아쉬운 점도 있지만은 그래도 감독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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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royalty74)2013.05.19 14:37:25

분석력도 예리하시고 글이 눈에 쏙쏙 들어 오네요
작년 공격 패턴을 보면 김신욱으로 하여금 정적인 공격이 주를 이루면서 이근호 선수의 개인기로 좌우를 누비는 패턴이 가장 자신있고 잘됐던 공격 방법이라 생각하면서...
중원에서의 쓰루패스 또는 키를 넘기는 로빙패스로 빈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연결하는 시도를 초반에 많이 보여 줬지만 어려움이 많았고 성공율이 저조 했죠 즉 기존의 김신욱을 활용한 이근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공격 옵션을 만들었지만 활용할수 없을 정도로 공력력은 무디었고 김신욱은 더 고립되고 그러다 보니 경기력은 떨어지고 어려운 경기를 할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속
감독님의 전술은 작년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근호란 카드가 없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내놓았던게 이근호 처럼 개인기로 전방에서 휘젓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빈공간으로의 패스로 대체하고자 했을거 같은데 다들 보셨겠지만 호흡도 맞지 않았고 많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해 보였었죠 쉽게 말해서 한쪽 날개를 잃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랄까요 강력한 옵션이 무용지물 되면서 작년 보다 더 단순한 전술로 전략하게 되면서 약팀엔 통하지만 강팀에겐 역부족인 전술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전방에서의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찾는 노력의 결과물이 김용태 선수로 하여금 어제 포항전에서 훌륭하게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골로 연결한 김용태 선수의 활발한 활동력도 돋보였고 2선에서 빈공간으로 침투하려던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꾸준히 시도하면서 손발 맞추다 보면 더 좋은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
다양한 공격 전술로 하여금 김신욱에 대한 압박이 자연스럽게 엷어 질것이고 더 많은 찬스가 생기면서 공격력 또한 배가 되리라 봅니다
이미 철퇴의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만 그 완성도의 의미로 볼때 선수들의 물갈이에 의한 후퇴냐 선수들의 기량의 문제냐의 문제는 좀더 두고 봐야할거 같고 지금 평가를 내릴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감독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갠적으로 감독의 성향으로 안정성 보다는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편인데요
물론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고 싶고 안정적이냐 아님 공격적이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의 중요성이나 승패에 대해서도 감안해야겠지만 팬들의 원하는바도 고려했음 하는것도 팬들의 마음이니까요
예를 들면 어제 같은 경기는 물론 후반 극적인 골로 앞서나가긴 했지만 이럴땐 안정적인 철통같은 수비 모드^^
서울전 처럼 동점까지 만들고 충분히 3점을향한 전술도 가능했지만 승점 0에 대한 부담을 안고 승점 1점을 택한 전술은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전 비판하는 경우 입니다;;;
감독님께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냥 리그 우승정도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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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kyh1714)2013.05.19 13:48:09

제가 김영삼선수 전성기때는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어제는 진짜 그 전성기못지않게 잘해주지않았나 생각했고 누구보다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 대해 잘아는 선수니까요. 그외 진짜 강민수선수 꾸준한활약 이용선수 최보경선수 등등 어제는 모두가 투지가 대단했어요.. 마스다선수도 없었고 교체자원도 마땅치않았고 스쿼드도 많이 약해졌지만 그 안에서 몇경기 전부터 패스와 김신욱선수 활용한롱볼이 유기적으로 잘 맞아졌어요. 오직 롱볼일변도의 지난 몇경기에 비해서요. 전 작년 김용태선수플레이보고 좋아진 경우인데 진짜 예전엔 어떤선수인지 모르지만 울산에 참 좋은 인재가많구나 새삼느꼈어요 작년 서브 최보경선수는 올해 선발은 아니어도 주전감이라생각합니다. 저도 항상 감독이 관망하고 앉아있는것보다 코치랑얘기하고 열정적으로 하는 그 부분은 정말 좋아해요. 파비오감독대행처럼 다혈질적으로 할필요까진 없지만요. 이천전 때부터 조금씩 발이 맞아지는 느낌이네요. 나이듦에 따라 가지게되는 노련미는 인정해요 토너먼트도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운영의 수를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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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등급 임정규(limjk0714)2013.05.19 12:14:16

우리 감독님은 대단한 분이세요 ㅋㅋ